(시사미래신문)
윤석열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정원을 사실상 감축하면서 ‘작은 정부’ 기조를 본격화한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정책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57개 중앙행정기관의 내년도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을 35만43명(군 장병 제외)으로 편성했다. 올해(34만9935명)보다 108명 늘어난 수치다.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공무원 숫자 감축의 타당성은 재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 재정은 복지, 국방, 인프라 등에 막대한 예산을 할당해야 하므로, 정부는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지출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수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그에 따른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 당장의 비용 절감 효과는 분명할 것이다.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현대 행정의 중요한 과제이다. 공무원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업무 분담이 불명확해지고, 관료주의와 비효율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기술을 적극 활용해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나 데이터 처리 등은 AI와 같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행정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공무원 인력 감축은 필요하다.
지난 문재인정부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내걸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에 경쟁적으로 나서 10대 공기업에서만 4만9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바뀐 영향도 컸다. 반면 취업준비생과 정규직들의 반발을 사 ‘비정규직 제로’의 부작용을 드러냈다. ‘인국공’ 사태는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지 그 해악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정부가 공무원 정원 구조조정에 나선 건 조직 비대로 비효율성이 커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적재적소에 공무원 인력을 투입해 비대해진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조직이 비대해져 정부 효율성이 낮아지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정부 효율성 부문은 2017년 28위에서 올해 39위로 추락해 종합순위(20위)를 크게 밑돈 게 뒷받침한다.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대신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더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먼저,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각 부처와 기관의 기능을 재점검하여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부서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인력은 줄이고, 꼭 필요한 부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공부문 비대화는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고, 한국 경제의 활력을 옥죈다.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하락을 불러 올 게 불 보듯 훤하다.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민간기업과 달리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경직된 노동 규제와 강성 노조 때문이다. 심각한 건 미래세대의 짐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사실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폭이 크게 늘고 있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는 오래 전부터 발생해 ‘국민 혈세’로 해마다 4조여 원을 보전해주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작은 정부 기조를 본격화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긍정 평가된다.
정부는 공무원 정원 축소와 함께 공공부문의 역할도 필수적인 대국민 공공서비스에 집중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민간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눈앞의 인기에 매몰돼 ‘철밥통’ 공무원 수를 대폭 늘려 ‘공무원의 나라’를 만든 포퓰리즘 해악을 말끔히 정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