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미래신문)
(유지훈 박사 기고)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분석 및 평가
한국이 핵 잠재력(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필요시 핵무기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한 상태)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면서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는 한국의 역사적, 전략적, 지정학적 요인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필요성과 타당성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욱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이 처해있는 안보환경, 기술발전 수준, 동맹관계, 국내 정치환경 등이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안보 역학
(Historical Context and Regional Security Dynamics)
한반도는 오랜 기간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한국 전쟁(1950-1953) 이후 이러한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북한의 공세적 군사 도발 위험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북한의 공세적 무력도발 가능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한국의 안보 불안을 더욱 증대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은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해 전략적 수준에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자체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필요시, 신속하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함으로써 파생되는 전략적 모호성은 그 자체로 일정 수준의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을 수반하는 잠재적 핵 능력 확보는 적대국들 공격 의지를 약화 시키고 행동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안정적인 지역 질서 유지를 위한 여건 조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및 경제적 고려 사항
(Technological and Economic Considerations)
첨단기술 강국인 한국은, 고도의 핵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민간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한국의 핵 기술은, 필요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기반을 제공할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다양성과 역동성은 한국의 핵기술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 요인들입니다. 민간영역 뿐만 아니라 군사영역에서 잠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 기술 능력확보는 한국의 기술 주권을 강화 시킬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 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핵 기술을 민간과 군사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dual-use) 능력 확보는 한국의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고 국가 간 주요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제고 시킬 수 있습니다.
국내 정치 환경
(Domestic Political Landscape)
한국의 국내 정치환경도 한국의 핵 잠재력에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입니다. 통상적으로, 특정사안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적 결심은 한국의 안보정책 결정 과정(decision making process)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많은 국민들은 한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한국의 독자 핵 능력확보 등과 같은 자구적 능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도 증대되고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내부의 국민적 여론을 국제사회의 비확산 의무와 연계하여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조약국이며, 한반도의 비핵화 정책을 준수해 왔습니다. 한국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기조 및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부정하게 됨으로써,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역내 핵 군비경쟁을 촉진시킬 수도 있습니다.
동맹과 외교적 함의
(International Alliances and Diplomatic Implications)
한국의 핵 잠재력은 한미동맹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및 재래식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정치환경 및 미국 세계 전략의 우선순위 변화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저하 시킬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외교안보전략 기조 변화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신뢰에 의구심을 증대시켰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를 통해 일정 수준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에 대한 영향
(Impact on the South Korea-U.S. Alliance)
한국의 핵 잠재력은 한국 안보전략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미동맹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한미동맹을 보완할수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핵 우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편승하기 보다는, 자율적 억지력 확보를 통해 동맹 파트너로서의 역할확대 의지 및 능력을 증명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제고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핵 잠재력은 한미동맹에 잠재적 도전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규범을 약화 시키고 역내 핵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수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가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한국의 섬세한 외교적 노력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미동맹은 양국의 안보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와 조율을 통해 상호 전략적 이익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간 상호 오해(misperception)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가 한미 간 공동의 안보전략 추진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한미동맹의 결속력 강화 및 양국 간 균형적 역할분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보완적 성격의 요소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과 향후 방향
(Strategic Ambiguity and Future Directions)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이 처해있는 안보환경을 고려 시, 한국의 국가안보 및 국익제고 측면에 있어서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전략기조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및 유지는, 국제법과 규범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가운데,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실제적인 핵 무기 확보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 및 부정적 파장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추진 여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안보환경, 기술 발전수준, 동맹관계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미국 외교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 및 기조 변화, 중국의 공세적 영향력 확대 등과 같이,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지역 안보 역학이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국의 정책적 결심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결론
(Conclusion)
결론적으로,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도전 요인, 기술적 능력, 동맹관계 등을 고려한 다면적(multi-faceted)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국가안보 제고를 위한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는 전략적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는 한미 간 마찰을 야기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한미동맹의 역할분담과 연계한 전략적 억제력의 층위를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재력은 향후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주요 의제로 대두 될 것입니다.
저자소개
유지훈 박사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미국 해군대학원(US Naval Postgraduate School) 안전보장학 석사 및 미국 시라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해군에서 잠수함 작전과정(Anti-Submarine Warfare), 항공기 통제과정(ASAC), 해군 교관 과정 및 미국 안보연구소(INSCT,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and Counter-terrorism)에서 고위 국가안보전략 및 대테러 과정을 수료했다.
잠수함 장교로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 미래전 개념담당 및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 전략개념연구담당을 거쳐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 교수로 근무했다. 한국의 경항공모함 사업 및 장보고-III 잠수함 사업에 참여했다. 해군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5년 까지의 해군발전 방향을 제시한 해군비전 2045‘의 주 저자이다.
현재는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방전략연구실에서 재직중이다. 한국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 및 해군미래혁신연구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한미동맹, 한-유럽 안보협력, 남북관계, 해양안보, 해양전략, 외교안보정책 결정과정, 국방정책, 전략무기체계(핵잠수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