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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찬 수필> 짧은 글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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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미래신문)

 

산(山)이 있기에

 

 중학교 때부터 간간이 즐기던 산행을 고2 때 한라산 등반을 정점으로 현역시절에는 남한에 있는 산을 모두 정복해 보리라는 야심까지 더해 무던히도 산행을 즐겼다. 수많은 산을 등반하면서 매 순간마다 느끼는 감정은 그 때 마다 각각 다르게 다가왔다.

 

신학교 재학 중에도 그동안 버릇처럼 다녔던 지리산이 부르는 듯하여 몇몇 동생들을 데리고 홀린 듯이 다녀오기도 했다.(역시 오랜만의 산행이라 지치고 힘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역에 접어든 십 수년간 마음은 늘 산에 있었지만 몸은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함이 우선이었기에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나마 공놀이로 운동삼아 건강관리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잠시 망중한을 누려 가까운 곳이라도 산행을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고지식한 사고라 그것조차도 실행하지 못했음이 아쉬울 뿐이다.

 

이제 자녀들이 30대를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도 인생길 살아온 경륜이 쌓였으니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서로를 맞추어 가는 지혜를 모으면서 간간이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역시 세월의 무게 앞에 예전 체력은 아니어도 마음만은 새롭게 20대를 추억하며 온 산을 다 누빌 것처럼 신나게 다니고 있다.

 

오랜만에 접해 보는 자연 만물들을 보면서!

이제는 모든 만물에 하나님의 크신 뜻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기에 더 심오한 느낌으로

자연 속에 그들만의 깊은 소리를 듣게 된다.

 

협곡을 지날 때면 서투른 발걸음으로 해를 당할까 싶어 못생긴 모습 대신 마음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억겁의 뿌리를 고스란히 디딤판으로 내 주어 안전하게 지나게 해 주는 고목들을 마주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밟고 또 밟으면서 지났을 이 디딤판 나무뿌리가 이제는 광택이 날 정도이니 그 연수와 수고를 짐작할 만하다.

 

아무생각없이 당연한 듯 내가 밟고 올라가는 바위의 디딤돌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조금씩 새기더니 이제는 거의 발판이 되어 반질거리기까지 한다. 그저 말없이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묵묵하게 자신의 치부를 대놓고 협력하는 자연의 넓은 마음을 헤아려 본다.

 

산행을 통해 맑은 공기를 접하는 행운과 목까지 차오르는 거친 호흡을 통해 심폐기능 뿐 아니라 근력까지도 탄탄해지는 일거다득의 기쁨을 누리면서 나를 위해 준비 된 자연만물 속에 하나님의 예비하신 은혜와 지키시는 사랑을 더욱 깨닫게 된다.

적어도 산행하는 동안 만큼은 세상사 모든 일들을 잊고 그저 하나님 주신 자연을 온전히 누리는 즐거움만 나타내고 싶다. 발바닥으로 밟는 그 아래 모래톨 하나에도 감사하고 힘을 지탱하기 위해 잡아야 하는 나뭇가지 하나에서도 감사를 찾을 수 있다.

 

계절따라 약속이라도 한 듯 서서히 자기만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산천초목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름 모를 수 많은 수목들이 결국에는 열매를 내므로 자신들의 명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다.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그 의미가 새롭고

눈이 오면 눈 내린 채로 그 형상이 오묘하다.

 

하나님은 정말 세상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만능 재주꾼이시다.

 

이토록 만능 재주꾼이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시요 나의 구원자시요 나를 지키시는 자 되시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요 복있는 자요 성공자라고 자부한다.

 

2022. 7. 23(토)

칠보산 산행 후(10,206보, 5.8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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