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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 경찰

<유지훈 박사 칼럼>美 전략핵잠수함 (USS 켄터키) 방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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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확장억제력 신뢰성 제고를 위한‘값 비싼 신호(Costly Signal)’ -

(시사미래신문)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이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했습니다.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방문에 대해 북한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강선남 국방상은 미 전략핵잠수함의 방한이 북한의 핵보복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기 까지 했습니다.

 

확장억제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결성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실무자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진행된 미 켄터키함의 방한은, 지난 4월 한미 워싱턴 선언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한 전략자산의 정기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 강화 약속을 이행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 해군은 이번 미 켄터키함의 방한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보장"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전략핵잠수함의 방한은 유사시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방어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를 반영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의 신뢰도를 높혔습니다. 켄터키함의 방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의 신뢰성에 대한 한국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 미 켄터키함의 방한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억제이론가들은 효과적인 확장억제는 억제력을 제공하는 국가(defender)의 능력과 신뢰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만약 특정 국가가 확장억제 제공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확장억제 제공국가가 동맹국을 공격한 적대국에게 공격행위에 따른 비용(댓가)을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확장억제 제공국의 동맹국과 적대국은 공통적으로 확장억제 제공국의 능력에 주목합니다. 만약 그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경우 동맹국은 다른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고, 적대국은 공격을 위한 기회를 엿 볼 수 있습니다. 확장억제 제공국은 자국의 능력에 대한 동맹국 및 적대국의 인식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하기 위해 자국 군사력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거나 강화 및 첨단화된 능력을 가시적으로 현시하기도 합니다. 즉, 동맹국에게는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높이고 적대국에게는 확장억제의 위협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켄터키함의 방한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능력을 현시하거나 기존에 있던 능력의 실질직언 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북한은 미국이 사거리가 4,000마일 이상이 되는 막강한 위력의 트라이던트-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기를 장착한 전략핵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신, 켄터키함의 방한은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전투준비태세를 보여주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할수 있습니다. 즉, 유사시 한국에 대한 북한의 무력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을 상시 준비해 놓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미국 핵잠수함 전력의 40%가 수리 중이거나 수리대기 상태로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번 켄터키함의 방한은 실제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이 한반도 유사상황에 대비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켄터키함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의 일부를 동북아 지역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실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사정거리가 긴 트라이던트-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원해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으며, 서태평양의 인근 해역에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확장억제력의 효과를 좌우하는 또 다른 주요 요소는 신뢰성입니다. 신뢰성은 억제력을 제공하는 국가가 스스로에게 발생할 수 있는 비용(댓가)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는 적대국에게 공격행위에 대한 비용(댓가)을 강요하는 일관된 의지와 행동을 통해 형성됩니다.

억제력 제공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억제력 제공국은 동맹 및 적대국에게‘값 비싼 신호(costly signal)'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는 억제력 제공국이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상당한 비용(댓가)을 감수할 수 있는 의사와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 전략핵잠수함의 방한은 확장억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미국이 여러 측면에서 보내는‘값 비싼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군사작전 측면에서 민감한 자국의 전략자산의 위치를 노출시킴으로써, 자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에 대한 신뢰성을 증명했습니다. 미국은 3대 핵전력의 한 축인 전략핵잠수함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전략핵잠수함의 위치 노출을 매우 신중하게 여기고 자제해 왔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은 과거 몇 차례 공개적인 항구 방문을 실시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러한 방문도 주로 미국 본토 내 주요 항구나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의 특정시설 방문으로 한정되었습니다. 미국은 켄터키함의 방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일시적으로 핵심 전략자산을 공개함으로써, 전략자산을 외부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부담을 감수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주요 해역에서‘억제를 위한 순찰(deterrence patrol)’작전에 투입되어야 할 켄터키함을 한반도에 전개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켄터키함의 방한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수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14척의 전략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4~5척을 실제 작전에 투입·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잠수함들은 수리 중이거나 훈련목적으로 운용됩니다.

이번 켄터키함의 방한은 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개발추세를 고려하여, 한미동맹은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고를 위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정례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한국에 대한 확정억제의 신뢰성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지훈 박사(yjhnavy3@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미국 해군대학원(US Naval Postgraduate School) 안전보장학 석사 및 미국 시라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해군에서 대잠수함작전과정(Anti- Submarine Warfare) 및 미 안보연구소인 INSCT(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and Counter-Terrorism)에서 고위 국가안보전략 및 대태러 과정을 수료했다.

잠수함 장교로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 미래전 개념담당 및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 전략개념연구담당을 거쳐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 교수로 근무했다.

한국의 경항공모함 사업 및 장보고-III 잠수함 사업에 참여했다. 해군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5년 까지의 해군발전 방향을 제시한“해군비전 2045”의 주 저자이다.

현재는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에서 현역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한미동맹, 해양안보, 해양전략, 외교안보정책 결정과정, 남북관계, 한-유럽 관계, 국방정책, 전략무기(원자력추진잠수함)체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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