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미래신문)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숭고하다. 농지는 농민이 소유해야 하고,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숭고한 원칙이 현장을 무시한 경직된 맹목(盲目)과 결합할 때, 행정은 정의가 아니라 고통이 된다.
최근 화성시청이 시민에게 보낸 ‘농지이용실태조사 청문 통지서’를 받은 어느 영세 주민의 사례는 현 정부 농지 정책의 기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제의 농지는 팔탄면에 위치한 대략 30여 평 크기의 조그만 땅이다.

공장 한구석에 붙어 있는 이 조그만 터에 소유자는 매년 봄 비닐을 씌우고 고추와 열무를 심고, 감나무를 키우며 소소한 주말 텃밭을 가꿔왔다.
그러나 정부의 농지실태조사라는 칼날은 이 텃밭을 비껴가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법령과 지침이 강화되면서 “단 1㎡라도 농사를 짓지 않는 순간 처분 대상”이라는 고사성어 같은 잣대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조사 당일의 순간적 정황이나 1년 전의 기록 하나만을 근거로,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시민은 하루아침에 ‘불법 농지 소유자’가 되어 행정 관청으로 소명 서류를 들고 끌려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영세 텃밭까지 전수조사 대상에 넣고 청문 절차를 밟아야만 하는 실적주의 행정의 수행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기획부동산이나 농지를 가장한 대형 부동산 투기는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묘하게 빠져나가는데, 땀 흘려 상추 몇 포기, 고추 몇 자루 키우던 영세 시민들만 서류 뭉치를 안고 죄인처럼 화성시가 지정한 청문 도서관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과거 행정은 최소한의 융통성과 현실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농지의 규모와 성격, 실제 경작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최소한의 자율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의 농지 행정은 오로지 ‘적발 건수’와 ‘기계적 법 적용’이라는 단세포적 행정에 매몰되어 있다.
지난 유휴 상태를 입증하라며 현금으로 산 씨앗 영수증까지 제출하라는 요구는 국민을 보호하는 행정이 아니라 국민을 괴롭히는 취조에 가깝다.
정부에 묻고 싶다. 30여 평 밭에 고추를 심는 시민을 화성시가 지정한 오는 8월26일 청문회장에 세우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정의로운 농지 보존인가?
투기 세력을 잡으라고 만든 칼로 화성시 민초들의 소소한 텃밭 농사까지 베어버리는 어리석은 과잉 행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
국민을 행정의 대상이 아닌 국정의 주체로 본다면, 현장의 숨소리가 반영된 합리적인 면적 기준과 구제 절차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