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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목사 칼럼] ‘부정’보다 무서운 ‘부실’… 민주주의의 기초공사를 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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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정권 침해'라는 본질을 흐리지 말라

(시사미래신문)

 

6·3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또다시 선거 공정성 논란으로 뜨겁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끝내 발길을 돌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반면, 여당과 선관위는 "의도적인 부정투표가 아닌, 단순한 행정적 부실관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묻고 싶다. 정말 ‘부실’이면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건설 현장을 예로 들어보자.

 

고의가 없었다고 붕괴의 비극이 사라지진 않는다

부정공사(不正工事)는 명백한 범죄다. 규정을 어기고 자재를 빼돌리거나 공사비를 횡령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더 무서운 복병은 종종 부실공사(不實工事)다.

아무리 설계도가 완벽해도 시공이 엉망이면 다리는 끊어지고 건물은 무너진다. "고의가 없었다"거나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서 붕괴의 비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실은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더 광범위하게 위협한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부정선거가 의도적인 '범죄'라면, 부실선거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키는 '무능'의 결과다.

 

'참정권 침해'라는 본질을 흐리지 말라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건축물의 최하단 기초공사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무대이자, 국가 권력이 정당성을 부여받는 유일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없었다. 그 원인이 의도적 책략이었는지, 단순한 행정 착오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엄연한 사실은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이 실제로 침해당했다'는 점이다. 유권자가 투표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의 중대한 실패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부 정치권의 태도다. 그들은 "부정은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축소하려 든다. 하지만 국민이 던지는 질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국민은 지금 부정이냐 아니냐의 프레임을 넘어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 왜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발생했는가?

  • 이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

  •  

절차적 신뢰가 무너지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이유는 승패의 내용이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이 절차적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선거의 승자도 패자도 모두 정당성을 잃고 상처를 입게 된다.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번 사태를 결코 적당히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투명한 공개와 철저한 검증만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 투표용지 총 인쇄 수량은 얼마였는가?

  • 어떤 기준으로 각 투표소에 배분되었는가?

  • 왜 부족 현상이 일어났으며, 책임자는 누구인가?

  •  

선관위와 당국은 이 질문들에 대해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부정공사는 찾아내 처벌하면 되지만, 부실공사는 기초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방치된 부실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영논리의 방패가 아닌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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