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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찬 목사 칼럼>끝나지 않는 ‘대통령 놀이’ , 법 위의 절대 군주를 꿈꾸는가?

  • 등록 2026.06.03 22: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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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미래신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5월 29일~30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정국이 열렸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며 국민주권주의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제도이자,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다.

6월 3일 본 투표일을 맞아 만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성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요즘 정가와 사법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다. 온갖 불법 혐의를 '법왜곡죄'라는 명목으로 뒤덮어 전세를 뒤집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해괴한 일들이 법정 안팎에서 횡행하고 있다.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현실 앞에 힘없는 서민들은 이제 법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러한 정권 교체기 이후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 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신조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망각한 채, 혹은 대통령이 아닌 자가 마치 절대 권력자라도 된 듯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간섭하고 훈수를 두며 관계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의전 서열 1위의 특급 대우와 그 아래 굽실거리는 공직자들의 아부에 취해 벌이는 철없는 권력 도취 행위라 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은 체면과 위상을 내려놓은 채 거의 모든 영역에 직접 관여하고 지적을 일삼는다. SNS를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과연 이것이 한 나라의 통치자의 생각과 글이 맞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다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돌아가 보자. 민주주의 사상의 가장 본질적인 핵심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과연 그러한가?

 

수많은 전과와 의혹으로 사법부의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권좌에 오르더니, 법조인이라는 허울을 쓰고 이른바 '법꾸라지'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신의 범법 혐의 기록을 삭제하거나 무혐의로 만들기 위해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의미의 '대통령 놀이'다. 전임 정권의 비상계엄을 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어 조금이라도 얽힌 이들에게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밀며 구속 수감하는 모습과 극명히 대비된다.

 

타인에게는 추궁(秋霜)처럼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춘풍(春風)처럼 관대해지는 지독한 이중성. 네티즌들은 이를 권력자의 흔한 '내로남불'이라며 시니컬한 유머로 소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전투표소에서 공개된 짧은 영상은 그것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권력자의 내면을 지배하는 서늘한 진심이자 통치 철학이었음을 섬뜩하게 증명해 냈다.

 

초등학생 반장 선거에서도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바로 '비밀투표'다. 삼척동자도 아는 이 위법성을 망각한 채, 대통령은 투표용지를 들고 나와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이한 '쇼'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여당 측은 사소한 해프닝이라며 무시하려 들지만, 과연 가볍게 넘길 일인가.

 

기표소 밖으로 투표지를 들고나온 대통령을 향해 선관위 직원은 "보여주시면 안 된다"며 다급히 제지했다. 법과 원칙이 작동하는 민주공화국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국가기관의 통제였다. 그러나 그 금계(禁戒) 앞을 가로막은 직원을 향해, 대통령은 손짓하며 툭 내뱉었다.

"아 걱정 말고… 난 상관없으니까."

이 짧은 한마디는 단순히 무례한 해프닝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궤도를 완전히 이탈해 버린 초법적 권력자의 서늘한 자백이다.

 

"이리 와봐"라며 손짓으로 선거사무원을 오라 가라 하는 행태부터가 불길하다. 국가의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조차 자신의 심부름을 처리하는 사적 하수인으로 여기는 뼛속 깊은 특권 의식이 배어 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난 상관없으니까"라는 일곱 글자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수준을 전락시켜 버린 퇴행의 선언이다. 인류는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왕조차도 법 아래에 있다'는 거대한 합의를 통해 근대 법치주의와 공화국을 지탱하는 헌법을 만들어냈다. 법의 통제에서 '상관없는' 예외적인 인간은 공화국 체제 하에 단 한 명도 존재할 수 없다. 룰을 초월해 "나는 상관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는 역사상 오직 절대군주뿐이었다.

공직선거법이 무엇을 징벌하든 자신만은 예외라는 거대한 오만. 내가 곧 법인데 감히 종잇조각에 적힌 규정 따위가 내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느냐는 초법적 발상이 대낮의 투표소에서 천연덕스럽게 선언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성스러운 공간에서, 스스로를 중세의 왕이라 확신하는 기괴한 권력자의 행차를 목도하고 있다. 법은 타인을 탄압할 때만 들이미는 흉기일 뿐,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저 지독한 예외주의가 나라를 멍들게 한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도 이토록 천연덕스럽게 공화국의 근간을 뭉개는 자가, 밀실에서 권력의 칼자루를 온전히 쥐었을 때 이 나라의 법치와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유린할 것인가.

 

정치를 심판하고 위정자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마련된 민주주의의 꽃, 선거제도마저 권력의 발길질에 짓밟힌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디로 가겠는가. 투표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난 상관없으니까"라는 저 서늘한 한마디 앞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공화정은 참담하게 능멸당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만한 '대통령 놀이'에 국민들의 가슴만 시커멓게 멍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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